건국대, 1만5000명 등록금 환불 추진…타 대학들 '난감'

입력 2020-06-15 16:30   수정 2020-06-15 17:17


건국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학습권 침해를 이유로 재학생 1만5000여 명에게 2020학년도 2학기 등록금을 일부 환불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서울시내 주요 대학 중 코로나19를 이유로 등록금을 돌려주기로 한 대학은 건국대가 처음이다.

건국대는 15일 총학생회와 등록금심의소위원회를 열어 재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지급 방안은 2학기 등록금에서 일부를 감액해주는 방식을 택했다. 지급 대상은 올 1학기 건국대 서울캠퍼스 재학생 중 학부생 1만5000여명이다. 사실상 등록금 환불인 셈이다.

건국대는 총학 측과 지급 금액을 이번 주 내로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액수는 1인당 20만원 안팎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건국대 관계자는 “교내 장학기금과 1학기 불용예산을 활용해 장학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내 주요 대학 중 코로나19와 관련해 장학금을 지급한 사례는 있었지만 학부생 전원을 대상으로 한 사실상의 등록금 환불은 건국대가 처음이다. 연세대는 전자기기 구입비용 중 일부를 지원하는 식으로 장학금을 지급했다. 이화여대와 성균관대는 각각 4억원, 5억원 가량을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지급했다. 동국대도 이날 장학금 10억원을 학생 2000여명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지방대 중에서는 지난 4월 계명대·대구대가 재학생들에게 1인당 10만~20만원씩 장학금을 지급한 바 있다. 계명대는 재학생 2만3000여명 20만원씩을, 대구대는 1만7000여명에 10만원씩을 지급했다. 두 학교는 교비 활용 및 교직원 임금 감축으로 예산을 마련했다.

하지만 대학들은 학생들의 등록금 환불 요구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유학생 감소, 방역비용 부담 등으로 예산 상황이 어려워졌다는 이유에서다. 고려대, 성균관대, 경희대, 중앙대, 한양대 등 서울 내 주요 사립대들도 “등록금 환불을 검토 중이나 재정 여건을 고려하면 사실상 어렵다”거나 “등록금 환불을 논의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대학 최고위과정과 같은 수입원이 모두 메말랐는데, 학생들은 등록금을 환불해달라고 해 학교만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등록금 환불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생들의 등록금 환불 요구가 거세지자 대학들이 교육부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앞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8000억원 규모의 대학혁신지원사업비 중 일부를 장학금에 활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교육부 역시 이러한 방안을 검토했으나 최종 무산됐다.

대교협 관계자는 “교육부가 사업비의 용도제한을 풀기 어렵다는 답변을 보내왔다”며 “이 방안 외에는 사실상 대학들이 별도의 예산을 구성할 방안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등록금을 환불해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국 32개 총학이 모인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이날 세종정부청사 교육부에서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세종정부청사에서 서울 국회의사당까지 5박 6일 릴레이 행진을 시작했다.

전대넷은 교육부와 대학들을 대상으로 한 등록금 환불 소송도 진행 중이다. 전대넷 관계자는 “전국 70개 이상 대학에서 2100여명의 학생들이 소송에 참여했다”면서 “오는 26일 소송인단 모집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했다.

배태웅/김남영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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